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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Day

거꾸로캠퍼스에서 웹 개발 강의를 했었다.

by 세이(Sayer)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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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지난지 좀 됐지만 남겨보는 기록.

코로나 때문에 교환학생이 취소 되어 갑자기 2021년 일정이 텅 비어버렸다..! 졸업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두 학기를 이어서 다녀야 하는 지라 바로 졸업이기 때문에 그 전에 학교 밖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휴학을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웹 개발 기초를 가르쳐 볼 수 있는 재밌는 기회를 얻게 되어 바로 자료 준비 시작!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수업을 넘겨받은 거라 작년 커리큘럼을 받아봤는데,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html부터 시작해서 개인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정말 멋진 수업이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더라도 개인의 흥미와 이해도가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에 맞춰서 다양한 깊이로 개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수업 자료를 준비했다.


왼쪽 이미지 출처 : https://www.deviantart.com/vladstudio/art/How-Internet-Works-128142591

* 준비했던 커리큘럼 : 웹기초, HTML, CSS, JS기초, DOM 조작, JS 함수, JS 배열, JS 반복문, Media query, 각자 웹사이트를 개발하면서 필요한 추가적인 요소들(hover, scroll 이벤트 등)에 대한 질답

* 실습 코드 모음 : https://github.com/Say-young/C-lab

 

GitHub - Say-young/C-lab: C-lab 수업에 사용하는 자료들을 모아놓은 저장소입니다.

C-lab 수업에 사용하는 자료들을 모아놓은 저장소입니다. Contribute to Say-young/C-lab development by creating an account on GitHub.

github.com



생활코딩 기초 강의와 작고 소중한 전공 지식을 열심히 참고해 강의 자료를 만들었다. 개발을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최대한 직관적이고 웃긴 밈(meme) 이미지를 많이 사용했다. 확실히 아이들이 아는 개그를 활용할 때 아이들의 집중도가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앞에서 강의하는 게 익숙해질수록 개그 욕심이 커져서 마지막엔 거의 스탠트업 코미디처럼 수업을 했던 기억이 😁

그날 배워야 할 개념을 10분 내외의 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하면 →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 직접 실습을 해본 이후에 팀별로 수업 내용을 요약한 노트를 작성하고(수업 후에는 개인별로 전체 수업 내용에 대한 마인드맵을 작성) → 그날의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어떤 부분의 지식이 부족한지 알게 되어 더 꼼꼼하게 공부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식을 나누는 활동의 기쁨을 알게 해줬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업 마지막날에 작성했던 기록을 덧붙이며 글을 끝낸다. 좋은 아이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에 정말 즐거웠던 2021년 상반기.


***


선생님으로 살았던 1학기가 오늘로 끝났다!

마지막 수업 선물로 어떤 걸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학교 생협에서 브라우니 쿠키를 사 갔는데 이거 먹으면 선생님 기운 받아서 이대 갈 수 있는 거냐고 묻길래 한참 웃었다. 기말 기간이라 바쁠텐데도 먼저 사진 찍자 뭐 하자 잔뜩 호들갑 떨어준 아이들 덕분에 이렇게나 멋진 사진들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의 추억을 두고 두고 꺼내 볼 수 있게 돼서 기쁘고 뭉클하다. 처음에 다들 잔뜩 굳어서 브이 하고 있길래 "읏으요... 븍스츠믄스 웃읍스드..."하니까 다들 박수 치면서 웃더라 ㅋㅋㅋㅋㅋ 아이들의 예쁜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

처음엔 내가 뭔가를 잘못 가르치진 않을까, 개발이 재미 없고 어렵다고만 느끼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내가 상처받았던 그대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어른이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참 많았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세상에 다시 없을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만 가득한 반을 맡게 되어서 정말 내일 수업이 기대되는 매일 매일을 보낼 수 있었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런 말 되게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쓰고 있네. 하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무엇인가를 배우는데 있어서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영화를 만들고 있는 친구부터 자작곡 앨범을 만들고 있는 친구, 청소년의 성 인식 및 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 직접 책을 써서 출판한 친구까지 관심 분야가 제각기 다른 친구들이 각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경험의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다들 참 씩씩하게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아이들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멋지고,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불안함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 불안함 때문에 또 다른 불안함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고. 여러분들이 헤매고 돌아다니는만큼 그 모든 땅이 여러분들의 것이 될 거라고 매번 말해줬다. 사실은 넘어지고,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나도 무섭다. 그런데 이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이 아이들이 나와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넘어져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쓰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고 보니 개발 수업 하러 가서 내가 인생 수업 받고 온 격이네.

마지막으로 이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2021 상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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